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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temps plein de lumière pour piano

(피아노를 위한 "빛으로 채우는 시간")

I. Dim Light    II. …lichtdurchflutet…

Composed 

2024  * commissioned by Jung Eun Yoon 윤정은

Duration

ca. 11'

빛, 그리고 춤이라는 테마에 천착해온 김새암의 작품세계는, 생명력과 역동성을 그 요체로 한다. 이번 작품 <Un temps plein de lumière 빛으로 채우는 시간>에서는, 생명의 내적인 측면—혹은 생명의 탄생과, 생명으로서의 역동적인 외적인 움직임, 이렇게 생명의 두 가지 측면을 그려내고 있다.

 

생명은 지속이며, 또한 움직이는 것이다.

 

생명철학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베르그송은, 과학화된 세계에서 생명 그리고 생명성 자체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며, 생명의 주요한 특징으로 운동을 조명했다. 김새암의 이번 작품은, 지속적인 움직임으로서의 생명, 생명 그 자체인 스스로 지속하는 변화를 소리로 구현하고 있다.

 

1악장 <Dim Light 희미한 빛>에서는, 그의 이전 작품 <A Landscape shaped by Wind 바람이 이는 풍경>에서 들려줬던 바와 같이, 고요함과 거친 움직임 사이를 오가며, 마치 손끝으로 언뜻 스치는 듯한 기억을 더듬는 것 같고, 혹은 간밤에 스치는 별빛의 반짝임이 만드는 별자리같이 희미하게 그려지는 선과 선이 서로 얽히며, 어떤 아스라한 선율의 탄생을 더듬어나가듯 그 과정을 들려준다. 낱알처럼 뜯어진 음들을 서로 이어 생명처럼 가느다란 선을 만들고, 이렇게 서로 엮여 움직이는 소리들을 바라모는 시선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어떤 과장된 움직임도 없다. 넓고 큰 것은 어리숙해 보인다. 소탈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집착 없는 울림.

 

이는 마치 어둠 속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생명의 미묘한 빛을 상징하며, 그 불확실하고도 희미한 빛이 탄생하는 과정으로 비유될 수 있다.

 

2악장 <…lichtdurchflutet… 빛으로 가득찬>은, 생명으로서의 움직임, 그 면면을 구현한다. 마치 별들이 나름대로의 움직임으로 운행하듯, 그 소리들은 개별적인 것처럼 제각기 움직이지만, 그 전체가 이루는 움직임은 거대한 은하의 나선처럼 고고하게 흐른다.

 

이 움직이는 소리의 군체, 움직임 그 자체는 정감 이전의 생명의 움직임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이는 바람에 잎새와 가지를 흔들지만, 무엇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김새암은 이 곡에서 조용하면서도 거친 움직임을 그려내되, 아무것도 말하거나 느끼지 않는 것처럼, 소리가 마치 말 없는 무용수의 동작인 것처럼 그려낸다. 그 움직임은 하나의 생명적 움직임이자,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나 움직이는 지구처럼,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지만 살아 움직이는 무엇이다.

 

이 작품 <Un temps plein de lumière 빛으로 채우는 시간>은 생명의 탄생을 목도하고, 그와 어우러져 움직이는 하나의 춤이다. ‘신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춘다‘. 삶은 그러쥐고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언제나 그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소리는 그에 맞추어 춤추듯 움직인다. 그 소리들은 아주 미세한 것에서부터 거대한 은하적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생명이 발하는 역동성의 빛으로 채색되며, 생명의 현재적 움직임 그 자체를 우리에게 드러내어, 생명의 근본적인 생성과 힘의 율동 그 자체의 말없는 체험으로 이끈다. 

 

글 김승연(작곡가)

© 2021 by Sae-ah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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